DTI 규제 확대는 투자자 전략에 특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출액을 담보가 대비 일정 비율 이하로 묶는 LTV보다는 돈을 빌리는 사람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DTI가 규제 효과가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인 직장인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에서 시가 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기존에는 3억2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DTI 50%가 적용되면 대출 가능 금액이 8600만원으로 급감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강화가 내 집 마련 수요자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도권 지역 주택가격 상승세가 유효한 가운데 이번 대출 규제로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 프라이빗뱅커(PB)들은 우선 주택 크기를 조정해 자금 부담을 줄일 것을 권했다. 경기가 좋아지면 큰 집 수요가 늘기도 하지만 경기 회복 이후에도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등으로 중소형 인기는 계속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조정을 기다리며 내 집 마련 시기를 미루기보다는 시장 동향을 주시하며 기회를 포착할 것을 주문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DTI 규제가 나왔다 하더라도 전체 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렵다"며 "가을 성수기가 끝나는 추석 이후에 약간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실수요자들은 너무 기다리지 말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기존 주택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 분양이 잇따를 예정"이라며 "하반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청약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이어 "3억원 이하 저가 주택은 소득이 크게 낮지 않은 이상 DTI 적용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재개발ㆍ재건축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단독ㆍ연립주택은 투자성 면에서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 집 마련에서 가장 큰 관건은 대출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찾았더라도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헛일이다. 은행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빌리려면 우선 소득을 늘려 잡아야 한다. 소득이 많을수록 대출 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DTI는 부부 소득을 합산해 계산하므로 맞벌이 부부는 배우자 소득을 합해 신청하면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소득 증빙도 중요하다. 은행에서는 근로 소득 외에도 사업소득과 연금소득, 부동산 임대소득도 인정하기 때문에 소득 증빙 범위를 넓히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소득 입증이 어려운 자영업자라면 연금이나 보험료 납부 실적, 신용카드 사용액 등 간접 자료를 이용해 실질소득을 계산해낼 수 있다.
대출기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어 대출금액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기타 채무가 없는 연소득 4000만원인 직장인이 시가 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방 3개)를 10년 만기(금리 연 5.5%, 3년 거치)로 구입할 때 DTI 50%가 적용되는 서울에서는 최대 1억15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출 만기를 20년으로 늘리면 대출 가능 금액은 2억2000만원으로 1억500만원 늘어나고, 대출 만기를 30년으로 늘리면 2억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기존 부채를 고려해 대출 한도를 정한다. 따라서 기존 부채가 있으면 그만큼 대출한도는 줄어든다. 당장 불필요한 부채가 있다면 줄이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예가 직장인이 많이 쓰는 마이너스 통장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실제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도만큼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대출 가능액에서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신용도를 높이는 것도 대출 금액을 늘리는 방법이다. 신용도가 높으면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갚아야 하는 이자가 줄고 DTI도 낮아져 대출 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추가로 자금이 더 필요하다면 신용대출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공무원이나 고액 연봉 직장인이라면 주택담보대출 외에 추가로 신용대출을 통해 5000만원 정도 대출받을 수 있다. 전문직 고소득자는 1억원 이상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