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확산으로 부부가 집에서 부딪치는 시간이 늘어난 게 문제라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평상시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90분이던 것이 코로나 사태로 15시간 이상으로 급증했다. 가사 분담, 자녀 교육 등 다툼으로 그동안 잠재됐던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1~4월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사건 건수(이혼소송 및 협의이혼 합계)가 작년 동기보다 10.6% 감소하더니, 실제 이혼건수(통계청 자료)도 올 들어 10월까지 8만845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줄었다.
코로나 이혼이 한국에서 비교적 잠잠한 이유로 △이혼비용에 대한 부담감 △코로나로 인한 법원의 잦은 휴정 △결혼건수 감소 등이 꼽힌다. 1~10월 국내 혼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다. 한국 사회는 어려움이 닥치면 뭉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는 문화사적 설명도 있다. 그러나 2.0 이하였던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이 외환위기 발발 이후 3.4(2003년)까지 치솟은 것을 보면 그것만도 아닌 것 같다. 조이혼율은 2010년대 이후 완만하게 낮아지다 지난해 2.2를 기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1930~2014)는 결혼과 이혼의 이유로 비교우위에 기반한 ‘가구 내 노동특화 편익’을 제시한 바 있다. 선진국에 비해 한국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제적 지위가 낮다는 점에서 코로나 이혼이 적은 까닭을 설명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