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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종목 이합집산 본문
출처 : 조선일보
‘애플+LG+마그나’ 결합 파장
지난 23일 LG전자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1조원대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 등 전통 완성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계열사를 거느린 LG가 전기차의 또 다른 핵심인 전기차 구동 시스템 사업까지 본격화하며 ‘전기차 전쟁’에 본격 참전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벌써 업계에선 애플이 2024년 출시를 준비 중인 자율주행 전기차, 일명 ‘애플카’에 LG의 부품이 공급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애플+LG+마그나’의 결합이 기존 자동차 업계 대 IT 강자의 전기차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LG마그나,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만드나
LG와 마그나의 합작사 ‘LG마그나 E파워트레인’(LG마그나) 설립 소식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LG마그나가 만들려는 ‘전기 파워트레인’은 현대차의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전기 모터와 인버터(모터 제어기), 차량용 충전기, 감속기 등을 모듈화한 전기차 구동 시스템으로,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를 움직이는 ‘심장’에 해당한다. LG마그나와 현대모비스가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업계에선 심지어 LG마그나가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직접 경쟁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마그나의 전기 파워트레인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이어 붙이면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전기차 기본 틀이 만들어진다. 그 위에 상부 차체를 올리면 완성차가 되는 것이다.
보쉬·덴소에 이은 세계 3대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는 타이어·유리만 빼고 모든 자동차 부품을 다 만들 수 있다. 소니가 올해 미국 CES(세계 최대 가전쇼)에서 선보인 전기차 ‘비전S’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도 마그나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카가 ‘LG마그나의 스케이트보드에 애플의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그나는 벤츠·재규어 전기차도 위탁생산하는 등 완성차 제조 능력도 갖췄다.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 틀인 스케이트보드를 만들면 차의 절반 이상은 만들어진 것”이라며 “양사가 당장은 전기 파워트레인 부분만 합작했지만 향후 전사적 협업으로 플랫폼까지 만든다면 결국 완성차 사업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LG가 마음만 먹으면 완성차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전기 구동 시스템(LG전자), 인포테인먼트(LG디스플레이·LG전자), 자동차 시트(LG하우시스), 카메라 모듈(LG이노텍) 등 전기차를 구성하는 부품을 만드는 계열사를 다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당장 완성차에 진출하지는 않겠지만 전기차 준비가 미흡한 완성차 업체에 마그나와 함께 만든 ‘전기차 스케이트보드’를 공급하는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LG는 완성차를 할 계획이 없고, 부품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 업체들의 부상 완성차업체는 내재화로 맞서
현대차그룹은 1995년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의 재진출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삼성이 아닌 LG가 더 빠르게 전기차 시장에 침투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LG를 배터리 등 부품을 공급하는 1차 부품사로 인식해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따라 배터리 공장에서 회동했을 때도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현대차 모시기’로 비쳤다. 현대차가 내년 첫 출시하는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물량을 기존 메인 공급사 LG가 아닌 SK이노베이션에 몰아주자 업계에선 “현대차가 부품사끼리 경쟁시킨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LG가 전기차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하며 상황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LG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등 IT 강자들도 앞다퉈 미래차 투자를 강화하면서 전통차 업체는 큰 도전을 맞고 있다. 이에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을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개발·운용하는 ‘미래 기술 내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산업이 ‘통합 모빌리티 산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무한 경쟁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 wel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