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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 지각 변동 본문
출처 : 한경
쿠팡 100조에 놀라 뭉쳤다…네이버·신세계, 2500억 지분 교환
SSG닷컴도 뉴욕 상장하나
"쿠팡천하 막자" 연합전선 구축
신세계, 이베이 매각 입찰 참여
신세계와 네이버가 16일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계약을 맺고, 반(反)쿠팡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이날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어 주식 교환 등을 통한 제휴협력 방안을 의결했다. 신세계그룹은 1500억원 규모의 이마트 자사주와 신세계가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00억원어치를 네이버 주식과 맞교환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 이어 이마트 3대 주주(2.96%)로 올라선다. 두 회사는 온·오프라인 유통·판매, 물류 거점화,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 구간) 배송 등 폭넓은 제휴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와 신세계의 제휴 결정은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국내 투자를 본격화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쿠팡 대 반쿠팡 진영 간 치열한 물류전쟁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지난해 쇼핑 거래액은 30조원(네이버페이 결제액 기준) 규모다. 이마트의 지난해 총매출은 15조5354억원이다. SSG닷컴(3조9236억원)까지 합하면 19조원을 웃돈다. 네이버와 이마트를 단순 합산하면 쿠팡(약 22조원)을 압도한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이마트를 통해 이날 이베이코리아(연간 거래액 약 17조원)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도 참여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2대주주이자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자금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정 부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는 신세계 외에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 7~8개 기업과 대형 사모펀드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주가는 15일(현지시간) 4.09% 오른 50.45달러로 마감했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97조8554억원에 달한다.
"더 큰 적에 맞서자"…유통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161조 온라인 유통 '패권전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초를 전후해 두 가지에 충격받았다고 한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쇼핑에 뛰어들었을 때의 위력을 절감한 것이 첫 번째다. 코로나19는 ‘클릭 소비’에 속도를 붙이며 이마트가 1993년 이후 30년 가까이 누려온 아성을 위협했다.
쿠팡이라는 ‘별종(別種)’이 가한 충격은 더 컸다. 기업가치 40조원 얘기가 들리더니 미국 증시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마트(약 5조원)의 20배다. 정 부회장은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소식을 발표한 지난달 12일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은 ‘오월동주(吳越同舟)’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 큰 적(쿠팡)에 대항하기 위해 옆의 적과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다. 161조원 규모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넘어 유통 패권을 누가 쥐느냐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쿠팡 충격’이 부른 의외의 연합
두 회사의 제휴는 온·오프라인 유통 1위사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 이용 고객은 각각 2000만 명, 5400만 명이다. 양사는 멤버십 통합도 논의 중이다. 이마트 등 신세계 사업장에서 네이버페이를 사용하고 적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로켓배송과 쿠팡이츠(음식 배달), 쿠팡 플레이(OTT 서비스) 등으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 확보에 혈안인 쿠팡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이다.
네이버는 신세계가 갖고 있는 물류, 상품 역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신세계는 편의점(이마트24, 5200여 개)과 이마트 매장(150개)을 포함해 약 73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바꾸고 있다. 용인, 김포에 있는 SSG닷컴의 풀필먼트센터(온라인 주문용 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물류시설)는 신선식품 배송에 특화돼 있다.
네이버는 물류 분야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작년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단행했다. 쿠팡의 거침없는 공격에 대비해 쇼핑 분야의 최약점으로 꼽히는 물류 분야를 신세계, CJ라는 범(汎)삼성가를 끌어들여 서둘러 보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쇼핑의 구현에 네이버의 기술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스타필드 등 대형 매장에서 AI 상품 추천을 결합한 AR(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서비스, 네이버랩스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카트 개발 등 차별화한 리테일테크 서비스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물류 공동 투자도 검토 중”
양사가 같은 깃발 아래 서기로 했지만 화학적인 결합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도 많다. 물류 협력만 해도 장밋빛 전망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쿠팡식 물류의 최대 장점은 공급망 관리에서부터 창고관리 시스템과 배송 직원의 상하차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이라며 “단순히 여러 물류 거점을 산술적으로 합치는 것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세계와 네이버가 물류 분야 공동 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신세계그룹이 자칫 네이버의 ‘우산’ 안으로 들어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신선식품과 ‘럭셔리’ 분야의 강점을 내세워 SSG닷컴은 그동안 독자적인 쇼핑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제휴로 이마트도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업계 전문가는 “네이버를 정점으로 이뤄지고 있는 합종연횡은 쿠팡에 대항하기 위해 일단 덩치를 키우겠다는 측면이 크다”며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네이버와의 제휴와 M&A(인수합병)를 통해 SSG닷컴 상장 시 몸값을 최대한 높여 받기 위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처럼 SSG닷컴을 미국에 상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동휘/김주완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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