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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이익 통째로…시공사의 '공사비 갑질'

평범한삶 2024. 5. 2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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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이익 통째로…시공사의 '공사비 갑질'

정희원 기자기자 구독
조철오 기자기자 구독
입력2024.05.19 18:09 수정2024.05.20 09:28 지면A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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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공사비 요구하며…거절땐 "사업 멈추겠다" 압박

현산·한솔제지 등 시행사와 갈등
대형 시공사들 "비용 더 든다"며
절차위반 트집잡아 공매로 넘겨
사업장 자체가 넘어가는 사례도

시행사 "고의로 사업 좌초" 주장
시공사 "피해 최소화 위한 절차"
소형 시행사의 일감을 받아 건물을 짓는 중대형 건설회사들이 공사 막판 추가 공사비를 앞세워 시행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 요구가 거절되면 이후 사업 자체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면서 시행사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매 절차를 통해 사업장이 시공사로 넘어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성시 가유지구 내 신축 물류센터(연면적 8만6164㎡·지하 1층~지상 4층)를 두고 시행사 고삼물류와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간 소송전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대산업개발은 해당 부지를 공매 절차를 통해 낙찰받았으며, 고삼물류는 공매 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져 항소한 상태다.

 
두 회사의 다툼은 2022년 5월 시작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애초 계약한 공사비 939억원에 더해 264억원의 추가비용을 요구했다. 고삼물류는 “예상되는 시행 이윤인 226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낼 순 없다”며 거부했다. 이후 미뤄진 공사에 고삼물류는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시행사가 인허가 절차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지연된 것’이라고 맞받았고, 대주단의 채무를 인수(대위변제)하며 해당 사업장은 결국 공매로 넘어가게 됐다.

시행사 측은 “감정평가액이 2000억원이 넘는 땅과 사업장을 결국 시공사가 1108억원에 샀다”며 “사업에 눈독을 들인 시공사가 일부러 공매로 넘어가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손해를 메꾸려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찰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행사 씨유로지스와 시공사 한솔제지도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사업장(연면적 7만5643㎡·지하 2층~지상 3층)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2021년 씨유로지스는 한솔제지에 780억원에 물류센터 공사를 맡겼다. 이 사업장은 작년 12월 준공됐고, 물류센터 프로젝트가 줄줄이 좌초되는 와중에서도 삼성전자를 임차인으로 끌어들이며 연 임대료가 78억원에 달하는 알짜 사업장이 됐다.

 
그러나 해당 사업장은 현재 공매 절차를 밟고 있다. 한솔제지 측이 지난 1월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고, 공매에 넘기자고 주장하면서다. 시행사 관계자는 “물류센터 경기가 회복될 3년여 후에 사업장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자는 데 시공사와 서로 합의했음에도 나중에 시공사가 입장을 바꿔 공매로 가게 됐다”며 “지난해 시행이익 510억원의 절반이 넘는 310억원을 추가 공사비로 요구받았고, 이를 거부하면서부터 시공사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한솔제지는 “당사는 담보대출 전환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4순위 수익권자인 부국증권이 거부해 진행하지 못했다”며 “당사가 대출만기 연장을 거부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공사비 증액 역시 공사 착공 이후 철근, 콘크리트 가격의 상승과 임차인의 요구로 인한 공사 물량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며 “시행사의 주장처럼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올린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을 지은 시행사 더스퀘어도 공사를 맡은 이화공영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2021년 건물이 준공돼 성공적으로 분양이 끝났는데도 건설사가 추가 공사비 80억원을 요구하면서다. 해당 사업장의 시행 이익은 약 50억원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에선 금리 인상과 원자재값이 크게 뛴 여파로 시행사·시공사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대형 시공사가 이윤을 독식하려 한다’는 시행사의 주장과 ‘절차에 따라 오른 비용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시공사의 입장이 부딪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낮은 시기에는 공사비 관련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도 시행사와 건설사가 이익을 나누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손해를 누가 감수할지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앞으론 최초 계약 시점에 공사비와 책임 조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원/조철오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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