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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힌두교 천민들 개종 붐 본문
출처: 중앙일보
개도 먹는 우물물, 왜 못먹나" 인도 힌두교 천민들 개종 붐서
유진 입력 2020.09.17. 05:01 수정 2020.09.17. 07:09
1956년 천민출신 법무장관, 50만명 개종 도와
인도 첫 카스트 차별금지법 만들어 영웅 칭송
불교의 발원지이지만 인구의 80%가 힌두교도인 인도. 최근 인도에선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에 있는 사람 가운데 불교로 개종하는 이들이 많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매년 9~10월 인도 국토 중앙에 위치해 '인도의 배꼽'으로 불리는 나그푸르에서 불교로 개종하는 사람과 축복하는 불자들이 모인 개종 의식이 벌어진다. 의식이 끝나면 불교도가 된 증명서를 받는다.
비록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때문에 성대한 개종식은 열리지 않지만, 개종을 희망하는 이들의 열기는 뜨겁다. 대학생 라완 파르(23)는 불가촉천민인 부모님이 원해 불교로 개종했다. 자식에게까지 천민이라는 굴레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바람 때문이다.
그는 아사히신문에 "인도에서 천민은 집을 구하기 어렵고 힌두교 사원에 들어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학교에선 교사들이 피하고 경찰이 괴롭히는 등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개가 더 낫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아사히신문은 "개는 마을의 우물물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지만, 불가촉천민은 우물을 사용하면 부정해진다고 믿기 때문에 우물도 쓸 수 없다"고 보도했다.
불가촉천민인 마르프(80)는 고위층 저택에서 오물을 처리하는 일을 50년 이상 해왔다. 그는 장기간 일하며 병을 얻었다. 구토가 멈추지 않는 후유증을 호소하자 "가까이 오지 말라"는 말만 고용주로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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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드라보다 아래 '불가촉천민'…이들을 해방한 천민 출신 법무장관
카스트 제도는 기원전 인도 대륙을 정복한 아리아인이 원주민을 피부색으로 차별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계급은 제1계급인 브라만(성직자), 2계급 크샤트리아(귀족·군인), 3계급 바이샤(상인), 4계급 수드라(육체노동자)로 나뉜다. 불가촉천민은 4계급보다 더 아래 신분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바이샤 출신이다.
문제는 자기 대에서 그치지 않고 자녀들도 부모의 신분을 물려받는다는 점이다. 아사히신문은 "카스트에 따른 차별은 문제시되었고 인도 헌법에서도 금지했으나 인도인들의 의식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불교로 갈아타려는 사람이 많다"고 보도했다.
불가촉천민에게도 영웅이 한 사람 있다. 카스트 차별을 금지한 인도 헌법을 만든 전 법무부 장관인 고(故)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1891~1956)가 그 주인공이다.
본인이 불가촉천민 출신인 암베드카르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해외로 유학을 떠났고, 영국에서 독립한 인도의 초대 법무부 장관(1947~1951)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만인의 평등을 주장하는 불교의 힘을 빌려 천민 계급을 해방하자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사망하기 두 달 전인 1956년 50만 명의 불가촉천민을 이끌고 이들을 불교로 개종시켰다.
이때 개종식이 열린 곳이 바로 '인도의 배꼽' 나그푸르였다. 그래서 아직도 나그푸르는 불가촉천민에게는 새 삶을 찾게 해주는 '성지'로 통한다. 인도에서 그의 초상화는 부처와 함께 내걸린다고 한다.
암베드카르의 뜻을 계승해 현재 개종식을 이끄는 사람은 일본 출신의 사사이 슈레이(85)다. 지금은 인도인으로 귀화해 불교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처음 인도에 왔을 때는 "인도 전통을 파괴할 위험인물"이라며 돌을 맞거나 독살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인도 전체 인구 중 불교도가 840만명(0.7%·2011년)이라는 통계가 있지만 사사이 슈레이는 "실제로 겪어보면 5000만~1억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힌두교에서 불교로 개종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반대해 방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힌두교 불가촉천민들이 불교도로 개종을 많이 하다 보니 최근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이 강제로 불교도를 힌두교로 '재개종'시키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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