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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조리법

평범한삶 2021. 1. 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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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홍신애 떡볶이 조리법

 

애인과 헤어졌을 때도, 인생 첫 혼밥도 떡볶이”

‘모두의 떡볶이’ 펴낸 요리사 홍신애, 떡볶이 조리법만 40가지 담아
출간과 동시에 2쇄 찍으며 인기 “우리 삶 속에서 늘 함께하는 음식”

 

홍신애는 “나의 개인적 스토리가 스며있는 요리법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집에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소소하고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하기 때문에 곧 ‘모두의 떡볶이’”라고 했다. /고운호 기자

아빠가 서울 상도동 시장 어귀에서 약국을 했다. 예닐곱 살 때였다. “해가 중천을 지날 무렵이면 약국 앞 떡볶이를 파는 리어카가 장사 준비에 들어가요. 그걸 지켜보는 게 몹시 재밌었죠.” 유리창에 찰싹 붙어 매의 눈으로 떡볶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폈다. “물을 끓일 땐 조청이나 호박엿을 넣어 단맛을 냈어요. 고추장 양념을 풀고 설탕, 마늘, 간장을 더한 뒤 떡을 넣었는데, 비법은 오뎅(어묵) 국물!” 요리연구가 홍신애(45)가 멸치육수에 양념장을 풀고 보글보글 끓인 떡볶이 한 접시를 내밀며 활짝 웃었다. “재료를 고루 섞어 불 위에서 오랫동안 뭉근히 끓인 떡볶이는 어린 제 입에도 최고의 맛이었죠.”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펴낸 '모두의 떡볶이'(맛있는책방) 표지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펴낸 '모두의 떡볶이'(맛있는책방) 표지

코 묻은 돈으로 사 먹은 학교 앞 떡볶이부터 직장에서 열 받은 날이면 고춧가루 팍팍 뿌려 만들어 먹는 매운 떡볶이, 부부 싸움 뒤 한 냄비 익혀 배우자한테 슬쩍 내미는 떡볶이까지 떡볶이는 전 국민이 즐겨 먹는 간식이자 저마다의 추억이 밴 ‘솔푸드’다. 서울 논현동 골목길에서 10년째 이탈리안 밥집 ‘솔트(Salt)’를 운영 중인 홍씨가 최근 ‘모두의 떡볶이’(맛있는책방)를 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맛있는 떡볶이가 있다면 두 말 않고 찾아다니는 ‘찐 떡볶이 애호가’가 바로 나”라며 가래떡소박이 떡볶이부터 LA갈비구이 절편 떡볶이까지 떡볶이 조리법 40가지를 담았는데, 지난달 30일 발간과 동시에 2쇄에 들어갈 만큼 반응이 쏠쏠하다.

tvN ‘수요미식회’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는 ‘요리 잘 아는 방송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365일 손님상을 차려내고, 앞서 요리책 여덟 권을 냈고, 계절마다 재료 여행을 떠나는 요리사”다. 그럼에도 “떡볶이로 책을 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제게 떡볶이는 요리가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 같은 느낌?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할 때마다 조리법이 달라지니까 세상 만만한 음식이었죠.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곁엔 떡볶이가 있더라고요. 애인과 헤어졌을 때 훌쩍거리며 찾아간 곳도 떡볶이 집, 태어나 처음 혼자 사먹은 밥도 떡볶이였어요.”

중앙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 미 유학을 갔다가 재미교포 2세를 만나 스물두 살에 뉴저지에서 신혼살림을 꾸렸다. 어느 날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은데 떡을 살 만한 한인 마켓이 없었다. 두 팔 걷고 쌀을 불려 빻았다가 처참히 실패했다. 찹쌀로 빚었다가 좌절했다. 심기일전 끝에 밥을 절구에 넣고 찧었다. 기름을 묻혀 손으로 조물조물하다 보니 조랭이떡이 완성됐다. ‘홍신애식 떡볶이’의 탄생이었다. “동네에서 큰 화제가 됐어요. 직접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 여자라고요.”

 

홍신애가 생각하는 맛있는 떡볶이의 첫째 조건은 "떡과 양념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이다. "쌀로 만든 떡은 밀로 만든 떡에 비해 달착지근한 양념이 더 잘 배어들어요. 마트에서 파는 고추장 중에선 유통 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사세요. 고추장은 발효 식품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맛이 더 좋아져요."

어릴 땐 ‘오뎅 국물’ 들어간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 게 소원이었다. 지금은 뭐든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는데도 “어릴 때 학교 앞에서 먹었던 떡볶이 맛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요즘 자주 해먹는 떡볶이는 ‘냉장고 청소용 떡볶이’다. “자투리 재료들을 싹 모아다 양념을 넣고 은근히 끓이면 정말 맛있죠.”

책에는 너무 바빠 끼니를 거를 때마다 찾아가 먹었던 떡볶이 집, 초등학교 때 작당모의를 하던 친구들과 먹었던 떡볶이 집, 고교 때 맛의 신세계를 보여준 짜장 떡볶이 집 등 떡볶이와 함께 성장한 그의 10~40대가 단계별로 녹아있다. ‘절친’ 허영만 화백은 이런 추천사를 남겼다. ‘홍신애의 떡볶이에는 맛, 멋, 배려, 사랑이 있다.’ 홍신애는 “어딜 가도 3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떡볶이인데, 날고 기는 요리사들도 모였다 하면 ‘떡볶이, 떡볶이!’ 노래를 부른다”며 “맛있는 것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짜잔! 떡볶이가 완성됐다. 홍신애는 "평범함을 넘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음식이 바로 떡볶이"라며 "떡볶이의 무한한 매력을 함께 나누고 싶은 내 바람이 많은 분들의 마음에 가 닿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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