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등 뒷북 공급대책에 훈풍
염리4·5·노고산 등 '지분쪼개기 천국'
염리4·5·노고산 등 '지분쪼개기 천국'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는 옛 염리5구역(염리동 488의 14) 일대. 한경DB
◆마포 1년 새 빌라 850가구 늘어
19일 집코노미가 마포구청의 정보공개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일대 재개발 추진 지역 세 곳에서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은 빌라 등 신축 다세대주택은 85채로 집계됐다. 4~5층짜리 빌라의 허가 한 건당 10가구가량 지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종전보다 850가구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가격 강세 속에서도 거래는 늘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주택은 5만6323건으로 4년 만에 최대다. 최근엔 일반적인 빌라 공급 방식인 후분양 대신 선분양도 증가했다. 건축허가만 받은 뒤 삽도 뜨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염리동 B공인 관계자는 “사업이 진행될수록 가격이 오르다 보니 입주권 자격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건축주 입장에서도 자금조달에 유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공공재개발 도입이 10여년 만에 다시 지분 쪼개기의 불씨를 당겼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더 이상 재개발을 억제하지 않겠다며 신호를 보낸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해하고 있다. 대흥동 C공인 관계자는 “2~3년 전과 비교하면 재개발사업을 오히려 장려하는 분위기”라며 “주변 신축 아파트 값이 줄곧 오른 것도 주민들의 참여 유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될 경우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아 가구수를 늘릴 수 있다. 지분 쪼개기로 쪼그라든 사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옛 염리4·5구역과 노고산동 일대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대상 구역으로 선정되면 ‘지분 쪼개기 금지일’인 권리산정일이 앞당겨져서다. 일반 재개발구역의 권리산정일은 구역지정이 이뤄질 때 고시되지만 해제·신규구역이 공공재개발구역을 추진할 땐 사업 공모일인 지난해 9월 12일로 소급된다. 이날 이후 신축된 빌라를 매수한 이들은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하게 된다는 의미다. 대량 청산으로 인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공공재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