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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돌봄 100만시대

평범한삶 2019. 6. 2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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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상>
“나 아프면 큰일” 무릎수술도 포기
요양보호사 도움 하루 3시간뿐

“요양시설 부족해 가족 돌봄 더 늘어
요양보험 혜택 늘리고 의료 연계를”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주택가 단독주택 1층. “아버지, 여기 달걀이에요. 눈 좀 떠 보세요.” 아들 성일(76)씨가 날달걀 두 개를 깨서 100세 아버지 정만복씨에게 떠먹인다. 정씨는 얼마 전 틀니에 문제가 생겨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기력이 떨어져 누워 있는 시간이 많고 대소변을 혼자 해결하지 못한다. 초기 치매 증세가 있어 약을 복용하며 악화를 늦추고 있다. 딱히 입원 치료를 받을 일은 없다.

앞서 기자가 도착했을 때 성일씨는 허리디스크·관절염 등의 만성병을 앓는 어머니 김일분(94)씨를 업다시피 부축해 집으로 들어왔다. 병원에 갔다 오는 길이다. 김씨는 걷지 못해 두 사람이 달라붙어야 한다. 성일씨는 18년째 대전의 가족과 떨어져 부모를 돌본다. 장기요양보험 덕분에 요양보호사 2명이 3시간씩 와서 청소·요리·세탁·식사 보조 등을 한다. 대부분의 돌봄은 성일씨 몫이다. 그는 “혼자 너무 힘들다. 그래도 장남의 몫”이라며 “요양보호사가 더 오래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성일씨는 무릎 수술 진단을 받았지만 거부하고 목발로 대신했다. 부모님 돌봄 때문이다. 다행히 호전됐다. 그는 “수술하면 끝” “내가 아프면 큰일”이라고 반복했다. 그간 집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그는 “주말에 교회 가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급속한 고령화, 유전 질환의 증가 등으로 가정에서 돌보는 환자가 100만 명(추정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在家) 급여 환자 33만7068명, 암 환자 40만 명, 인공호흡기 대여료 등 현금 지원 대상자 19만9081명, 장애인 활동보조 7만2000명, 가정간호 5만4473명 등이다. 교통사고·추락사고를 당했거나 방치된 환자도 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급성 질환 치료가 거의 끝나 입원 필요성은 크지 않다. 자녀·배우자·부모 등 가족이 생업을 포기하고 돌봄에 매달린다. 노인장기요양·가정간호 등 복지 제도가 도와주지만 서비스 폭이 좁아 가족 부담이 크다. 누군가 24시간 가까이 달라붙어야 하는 환자도 30만 명 정도 된다.

중앙일보 취재팀은 가정돌봄 환자·가족 18명을 심층인터뷰하고, 가정돌봄 문제를 다룬 논문 세 편이 인터뷰한 환자 가족 38명을 분석했다. 가족들은 여행은커녕 맘 놓고 외출 한번 못한다. 2025년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70세가 되면 가정 돌봄 대상 환자가 급증하게 된다. 가족이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 ‘간병 살인’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고령화시대에는 거동이 불편하다고 해서 시설에서 돌볼 수 없다. 가족이 돌보길 원하면 충분히 뒷받침해야 한다”며 “장기요양보험 이용 시간을 늘리고, 가정간호 체계를 개선해 의료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국민이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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