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자녀 동거인

 

‘아이가 다섯’두 남녀가 법률상 부부가 되었다 치자, 그러면 주민등록등본에 이렇게 표기될 것이다. 남편이 세대주라면 가족관계란에 본인, 아내는 처, 그러면 아이들은 모두 ‘자’라고 표기되었을 거라고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아내가 전 남편과 낳은 아이도 자식, 내가 전처와 낳은 아이도 자식,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 ‘아이가 넷’인 현실의 한 남자 J를 만나 보자. 5년 전에 재혼한 J는 아이가 넷이다. 자신의 자녀 둘, 부인이 전 남편 사이에게 낳은 자식 둘 이렇게 넷이다. 다가정 자녀에게 주어지는 전기 요금 할인을 받기 위해 한국전력에 할인 요금 신청했다가 황당한 이유를 듣게 된다. 주민등록등본상 J에게 자녀 둘은 ‘자’, 나머지 두 자녀는 ‘동거인’으로 가족관계가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부인이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 둘은 ‘자’인데, 친권을 갖고 양육하고 있는데도 자신이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들은 ‘동거인’이라 표기되어 있다는 것이다.

 

J씨가 겪은 황당 사건은 또 있다. 딸 아이가 학교에 제출한 주민등록등본에 ‘동거인’으로 표기된 것을 보고 교사가 그 이유를 물어보는 황당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춘기 딸 아이가 자신의 법률상 행정 문서에 오른 가족관계 문제로 상처를 받고 만 것이다.

 

재혼 가정 자녀는 ‘동거인’이라는 납득이 안 되는 이 문제는 민법으로 너무나 명쾌(?)하게 설명이 된다. 민법에 따라 주민등록등본이 등재되기 때문에 재혼 가정 자녀를 자녀로 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법에서는 친자와 양자만 자녀로 인정해 상속이나 부양 의무 등 법률적인 지위를 부여하기 때문에 재혼 자녀의 법률상 지위는 ‘동거인’이라는 것이다.

 

재혼 가정의 자녀를 ‘동거인’으로 표기하는 문제가 재혼 가정의 자녀를 차별하는 문제라는 것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인지, ‘배우자의 자녀’라고 표기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일반 가정의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재혼가정 자녀들도 그냥 ‘자’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