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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주 락 본문
출처 : 조선일보
마용성 뜬 이유… 청년들 부르는 職·住·樂의 융합
마포·용산·성동 부동산이 떠오르면서
강남 3구 독주체제 주택 시장 흔들어
근거리 지역에서 일하고 살며 즐기는
일·집·상권이 함께하며 도시 성장 주도
주택 공급은 골목상권과 조화 필요하고
제2의 마용성 발굴해 청년 순유입 늘려야
‘마용성’은 2016년 이후 마포, 용산, 성동이 서울의 신흥 프리미어 주거 지역으로 각광받으며 쓰이게 된 부동산 업계의 용어다. 2000년대 후반부터 마용성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2016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상위권으로 부상, 강남 3구와 더불어 ‘강남 3구+마용성’ 6강 체제의 한 축을 이룬다. 마용성 현상은 1980년대 형성된 강남 3구 독주 체제를 흔든 최초의 대규모 부동산 시장 재편성을 의미한다. 서울 부동산 지형을 바꾼 마용성의 부상은 강남·북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지역 발전 모델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용성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언론이 주목하는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과 도심 교통 접근성으로 마용성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대문구, 동작구, 동대문구, 은평구 등 2010년대 초반 마용성과 같은 시기에 뉴타운 사업이 진행된 지역이나 동작구, 광진구, 서대문구 등 마용성과 비슷한 접근성 조건을 가진 자치구에서는 마용성 수준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발생하지 않았다. 마용성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공급과 도심 접근성 외의 다른 요인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직주락(職住樂) 센터 이론으로 마용성의 부상을 설명한다. 직주락 센터 이론이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근거리에서 일하고, 즐기며, 생활하는 지역이 도시 성장을 주도한다는 주장이다. 이 이론을 적용하면 마용성의 성공은 다른 강북 지역보다 먼저 직주락 센터로 자리 잡은 데 기인한다.
직주락 근접 현상은 그동안 언론에서 지적한 직주근접의 연장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직장과 근접한 아파트의 수요가 증가했다. 코로나 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18년에 이미 서울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거주와 근무를 같은 자치구에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용성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언론에서는 2016년 마용성의 부상을 다루기 시작했으나, 실제 부동산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7년이다. 자치구의 아파트 중위가격 순위를 보면,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는 2006년 서울시 자치구 중 각각 10, 8, 4위에서 시작해, 2014년에는 6, 7, 4위, 2019년에는 6, 5, 3위로 상승했다. 2016년에 형성된 6강 체제(강남 3구+마용성)는 현재도 변하지 않고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한때 강북 지역보다 인기가 높았던 수도권 신도시와 비교해도 마용성의 부상은 뚜렷하다. 마용성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2009년 분당을, 2019년에는 판교까지 추월했다. 청년층이 도심 생활을 선호하면서 외곽 신도시보다 도심 지역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을 반영한다.
주택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강남구와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강남구 가격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마포구는 2006년 강남구의 47.7%에서 2019년 59.6%로 11.9%포인트 상승해 마용성 중에서 가장 상승 폭이 크다. 강남구 가격의 절반이었던 성동구는 2019년 60.7%로 10.2%포인트 상승했다. 2006년 강남구 가격의 63.9%였던 용산구는 2019년 71.3%로 7.4%포인트 상승했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직주락 센터 형성의 순서다. 마용성의 직주락 구조는 공통적으로 ‘락’(樂·상권)으로 시작했다. 마포구와 용산구가 주거지로 각광받기 시작하기 전인 2005년에 이미 이 두 지역은 골목상권을 바탕으로 청년문화를 선도하는 문화지구로 자리매김했다. 성동구의 골목상권은 마포구와 용산구보다 늦은 2011년에 시작됐지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주변 지역의 직주락 센터화를 견인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골목상권인 홍대, 이태원, 성수동을 각각 보유한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에서 마용성 현상이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락’에 이어서 ‘직(職·일자리)’과 ‘주(住·인구)’가 변화했다. ‘직’은 2010년 이후 오피스 기능이 확대되면서 일자리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전체 창조 산업 종사자의 마용성 비율이 2010년 19.0%에서 2019년 29.3%로 상승했다. ‘주’는 ‘직’을 따라가거나 ‘직’과 동시에 성장했다. 2010년대 초반 마용성 선호를 보이기 시작한 청년 세대의 순유입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골목상권이 먼저 형성되고, 청년 세대가 선호하는 일자리가 늘어나자, 이들이 실제로 이주하는 과정을 거쳐 직주락 센터가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주장하는 대로 마용성 현상의 본질이 ‘락’이 주도하는 직주락 센터의 형성이라면, 앞으로 원도심 주택 공급은 골목상권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직주락 센터의 토대인 골목 자원을 훼손하는 대규모 주택 공급 사업은 마용성 모델의 이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현재 지역 도시 원도심에 필요한 것은 콘텐츠 상권이다. 서울시가 콘텐츠 중심의 로컬 브랜드 상권을 육성하듯이, 다른 도시도 ‘락’의 자원을 보유한 원도심 상권의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상권 활성화를 기반으로 주택과 일자리를 공급하는 ‘상권 중심 직주락 센터 개발’이 더 많은 제2의 마용성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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